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는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인류애의 상징이자 글로벌 보건 협력의 모범 사례로 우뚝 서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수익성이라는 논리 아래 소외되었던 빈곤 관련 질병들을 퇴치하기 위해 유엔(UN)의 주도로 구상된 이 기관은,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전 세계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희망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IVI의 공식 설립 과정과 그 운영의 근간이 되는 다자간 재정 기여 시스템을 심층 기획취재한 연속보도 제2화입니다.
IVI의 역사적 탄생 배경: UNDP의 인도주의적 결단에서 시작되다
국제백신연구소의 설립은 1990년대 초 유엔 개발 계획(UNDP)의 인도주의적 결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이 콜레라, 장티푸스 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었으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관련 백신의 연구 및 개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이에 UNDP는 이윤이 아닌 생명을 우선하는 국제적인 연구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IVI는 1997년 5월 29일 설립 협정이 발효됨으로써, 특정 국가에 예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국제기구로 공식적인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IVI의 탄생은 설립 협정에 서명한 다자간 국가 및 국제기구들의 합의가 이루어낸 역사적인 결실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유치 결정: '은혜 갚는 나라'의 책임감 있는 선언
IVI 본부 유치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은 1994년 최종적으로 유치국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본부 유치국(Host Country)으로서 IVI의 안정적인 운영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유치국으로서 대한민국 정부가 약속하고 이행한 재정적·물적 기여는 IVI의 조기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조완규 박사의 설득과 권고에 감명받은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아 이만큼 성장했으니, 이제는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결의 아래 유치에 찬동하며, 이 역사적인 약속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故 김영삼(金泳三, 1929년 ~2015년)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이 약속의 상징으로, 한국 정부는 2004년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내에 위치한 최첨단 연구소 건물을 전액 기증하는 '건물 제공식'을 거행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인류 보건에 기여하는 나라로 거듭났음을 전 세계에 선언한 순간이었습니다.
'한국 과학계의 큰 어른', 조완규 상임고문의 헌신적 공로
IVI 유치와 설립 과정의 성공 뒤에는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이들이 있었습니다. 전 서울대학교 총장이자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조완규 박사는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핵심 인물입니다.
조 박사는 IVI의 유치위원장을 맡아 한국 본부 유치를 위해 전방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는 연구소 유치가 단순한 외교적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명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인류 보건에 봉사하는 사명임을 강조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IVI가 유치된 후에도 조 박사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IVI 한국후원회의 상임고문을 맡아 연구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90대 후반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IVI 사무실에 출근하며 연구소의 발전을 돕는 그의 헌신은, IVI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류 봉사의 신념을 생생히 보여주며, 그가 강조하는 봉사하는 삶이 곧 진짜 성공이라는 메시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IVI 재정 구조: 지속 가능한 인류애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IVI는 단일 정부의 예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 정부와 국제 파트너들의 헌신적인 기여를 통해 운영되는 다각화된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IVI가 어떠한 정치적, 상업적 이해관계에서도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IVI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재정은 정기적인 운영비를 지원하는 정부(국가)들로부터 나옵니다. 이들 국가는 IVI의 장기적인 연구 및 운영 계획을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IVI에 대한 핵심 재정 기여국으로는 대한민국, 스웨덴, 인도,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5개국이 인류애적 사명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부 유치국인 대한민국 정부 역시 연구소 건물 기증 외에 핵심 재정 기여국으로서 운영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IVI 사업 예산의 상당 부분은 특정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 보조금(Grant) 형태로 전 세계의 다양한 파트너들로부터 조달됩니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같은 거대 국제 자선 단체들은 IVI의 혁신적인 백신 연구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제약회사 등 산업 파트너와 학술 기관들도 공동 연구 및 기술 협력을 통해 재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IVI 한국후원회와 같은 각국 후원 단체 및 개인 후원금은 IVI의 인도주의적 사업이 전 세계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IVI의 이러한 다층적인 재정 시스템은 단순한 자금 확보를 넘어, 전 세계가 함께 '백신 평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IVI는 앞으로도 굳건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인류 보건 증진에 기여하는 '생명의 등대'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