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예술가 임채욱이 10여 년 동안 육화놓은 블루마운틴 연작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지난 수년간 미술관 전시와 출판 프로젝트로 지리산과 북한산, 무등산, 대둔산 등의 영산들을 담아온 임채욱이 모처럼 블루마운틴 연작만으로 개인전을 연다. 초기의 그것은 덕유산에서 바라본 첩첩산중 푸른 산들의 숨결이다. 그것들은 덕유산만이 아니라 지리산에서 바라본 동쪽과 남쪽과 서쪽의 산들 풍경에서도 겹겹산 꽃빛이 울려있다. 보아야 느끼는 게 있다. 말을 듣거나 글을 읽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시각 이미지들 눈으로 보았을 때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감각적 인지 영역이 있다. 그것은 시각에서 고유의 힘이다. 임채욱의 사진들은 한국의 산과 대지와 대기의 빛을 예술적으로 육화한 시각적 빛의 사건들이다.
임채욱에게 사진은 산과 삶과 예술을 잇는 통로이다. 산에서 사람의 모습과 삶의 파노라마를 만나는 그는 자연과 인생을 하나로 이으며 산의 소상과 풍경과 파노라마로 펼쳐 보인다. 임채욱의 사진은 한 컷의 사진 속에 지리산 공양의 숨결을 동시에 담아낸다. 그것들을 육화하여 커케어에 쌓인 푸른 산의 숨에는 땅과 사람과 하늘의 뜻이 담겨 있다. 그것은 말과 글로 된 언어가 아니라 감각과 색으로 이뤄진 시각적 서술의 뜻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시각 서사의 사건으로서 예술적이다. 첫 컷의 힘을 발산하는 임채욱의 사진은 시각 서사의 사건을 예술로서 말해 그 자체다. 단번에 알아찰 수 있는 것. 그것은 임채욱 사진이 고도로 육화적인 시각 서사적 서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임채욱 사진을 이해하는 데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물질의 작용이다. 우선 그가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기종과 렌즈의 특성과 조리개와 셔터의 원리, 렌즈와 필터의 효과, 센서 등의 작용이 이미지로 인식되는 ‘시각 기술’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작동하는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은 사진을 예술로서 인식하는 데에서 물질의 작용을 이해하는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열어준다. 물질의 작용은 예술을 완성하는 데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예술은 물질의 작용을 통해 완성된다. 후쿠 분의 예술에 도예처럼 임채욱 사진은 완벽한 예술을 완성하는 한지의 변주로 인해 역동적인 변주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한지라는 매체와 작용이 얼마나 크게 변수로 작용하는지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그의 사진이 빚어내는 색들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블루마운틴을 보자. 블루마운틴은 어떤 산인가? 삶과 빛으로 소재 지리산을 지나가는 직경의 산맥들로 임채욱은 그의 사진에 담아낸다. 대지의 숨결이 산맥을 지나며 대기의 숨결로 바뀌는 순간, 임채욱은 그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을 찍는다. 말을 직역하면 힘을 잃는 법처럼 빛으로, 다시 대기의 숨결로 바뀌는 빛의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빛의 순간을 담고 있다. 대지에 빛이 쏟아져 우주를 느낄 수 있는 일출의 순간은 그래서 더욱더 황홀하게 빛난다.
임채욱은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일출의 순간들을 자신의 언어로 담아낸다. 디지털과 한지를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그의 사진은 광양한 해돋이 광명을 한 컷의 시각 서사로 녹여낸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들을 육화하여 한 컷에 넣어낸 이미지에서 그는 맨눈이나 아날로그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빛의 시공간을 담아낸다. 일출만이 아니다. 풍경은 대지와 무수한 레이어들이 만나 블루마운틴은 사람의 나라 사진이다. 높고 낮은 첩첩산중의 레이어들이 들풀과 숲을 쉬는 듯 빛낸다. 대지의 푸르름은 한 순간을 포착한 시각묘사 사진이 아니다. 그것은 대지의 구름 사이에서 부풀려진 대기의 생동들이 연출하는 ‘사건으로서 사진’이다. 근래에 임채욱의 블루마운틴은 커케어 쌓인 땅의 구름들 사이에서 출몰하는 대기의 숨을 한 컷의 시각 서사로 육화한 사건으로서 사진이다.
김준기(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