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칭찬 스티커’, 다시 피어나는 따뜻한 기억
우리는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교실 벽면 한쪽에 붙은 칭찬 스티커판. 청소를 열심히 하면 스티커 하나, 친구를 도와주면 또 하나. 이렇게 모은 스티커가 어느새 판을 가득 채우면 작은 선물이나 간식이 주어졌다. 본 기자도 어릴 적 스티커를 받기 위해 친구들과 합의하에 칭찬받을 일을 만들 정도로 칭찬스티커의 힘은 대단했다. 단순한 보상이었지만 그 안에는 선생님의 관심, 친구의 인정, 그리고 무언의 격려가 담겨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칭찬 한마디, 스티커 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졌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사라진 ‘칭찬의 문화’, 개인주의 속의 단절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어떠한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지금의 사회는 바쁜 일상 속에서 타인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고, 관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웃의 안부를 묻기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확인하고, 동료의 수고를 칭찬하기보다 성과만을 평가하는 세태가 보편화되었다. 오히려 지금은 누군가와의 소통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사회, 서로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사회.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웃 간의 단절, 세대 간의 갈등, 직장 내 무례함 등은 모두 ‘관심 부족’이라는 공통된 원인을 지닌다.
두레와 품앗이 – 잃어버린 공동체 정신
한국 고유의 민족성은 원래 서로를 돕고 함께 살아가는 ‘두레’와 ‘품앗이’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힘든 농사철이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밭을 도우며 일을 나누었고, 아이를 키우는 일도 온 마을이 함께 했다. 그런 전통 속에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로 오면서 이런 공동체적 가치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나’ 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우리’라는 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칭찬보다는 경쟁, 관심보다는 무관심이 일상화되었다.
서로의 칭찬스티커를 보며 칭찬받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
<출처-인터넷>
칭찬의 힘,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거창한 제도나 복잡한 정책보다는 먼저, 작은 ‘칭찬’이 아닐까. 칭찬은 단순한 말 한마디이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는 놀라운 힘을 지닌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요.”
“당신 덕분에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특히 사회가 점점 강팍해지는 지금, 칭찬은 인간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공동체로 다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붙이는 ‘마음의 스티커’
이제는 어린 시절의 스티커판처럼, 우리 마음에도 ‘칭찬 스티커’를 붙여보면 어떨까. 가족, 친구, 동료, 이웃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며 마음속 빈 공간을 채워가는 것이다.
누군가의 친절에 “고마워요”라고 말하고, 작은 배려에도 “정말 좋았어요”라고 표현한다면, 그 스티커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하나둘 마음의 스티커가 쌓이면, 차가웠던 세상은 다시 따뜻해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스티커가 아니라 칭찬과 관심으로 연결되던 마음의 끈이다. 지금 이 순간, 그 끈을 다시 이어 붙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작고 단순한 한마디 — “잘했어요!” — 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어린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