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민 논설위원

[연재 칼럼] 오징어 게임의 관찰자

드라마가 보여주는 시대의 단상
게임 참가자들의 열연을 감상하는 관찰자는 누구?

최병석 승인 2021.10.19 12:55 | 최종 수정 2023.03.30 11:51 의견 0
(사진 출처 : 네플릭스)

그 시대의 기억과 추억을 예전에는 대중가요에서 담아 후대에 전해주었는데 요즘에는 드라마로 전해주는 시대가 된 것같다. 한 시대의 대중문화 드라마가 시대상을 찍어서 간직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2021년은 외국 OTT서비스 "오징어 게임"의 한 해가 되었다. 수많은 국내외 매체에서 칭송과 분석을 내놓는데, 거기에 일조를 하는 것 같지만 모든 관점에서 주인공과 스토리 그리고 제작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드라마의 엑스트라역인 게임의 관찰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게임의 진행에 따른 긴박감과 스토리에 집중하다보면 관찰자들의 장면은 그야말로 엑세사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뒤집어서 본다면 그 게임의 진짜 주인공들은 그 관찰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임의 룰을 만들고 타인을 그 룰에 자의적 판단에 따른 참가한 것처럼 만들어 끌어 들이고, 장기판의 말처럼 가지고 놀다가 폐기 처분해 버리는 것이다. 그 관찰자들은 아무런 손해도, 피해도 없고, 그저 그들의 욕망을 마음껏 채우고 조용히 극을 마무리 한다. 그러면서 최후의 승자인 주인공이 영원한 주인공인 것처럼 만들어, 모든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켜 놓고 소리없이 사라진다. 여기서 우리 시대의 주인공과 관찰자는 누구일까?

며칠 전에 어릴 적 친구가 형사사건 대법 무죄 판결을 받고, 그동안 겪었던 모멸감과 부조리함의 고충을 토로하는 것을 보았다. 3년 가까운 시간을 마음 조리며 보냈던 것을 내려 놓으면서 소회를 말했다. 결론은 믿고 신뢰해준 주변 사람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 했지만, 그 친구의 신분이 최고의 법관 신분이었던 것에서 단순한 생각으로 끝내기가 어렵다. 필자도 이십년 전에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았었는데 그 모멸감과 부조리함에 치를 떨면서 극복하는데 너무 긴 시간이 필요로 했던 경험이 있었다.

학교에서 법을 배울 때, 그 법을 집행하는 법관과 검사와 변호사는 정의와 법의 합리성에 근거해서 억울함 없이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심판을 받아보니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자기들만 아는 단어와 눈짓으로 자기들끼리 주고 받고 얼척없이 끝내 버리는 것이었다. 쇼트트랙의 짬짜미보다 더 능숙하게 그리고 아무런 분별의식도 없이 자판기처럼 진행하고 끝내는 것이었다. 오로지 변호사 비용을 얼마나 지불하느냐가 게임의 룰이었다. 이 세 관찰자들은 주인공인 피해자와 가해자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았다. 그런 곳이었다. 대한민국의 법정의란 것이...

몇 년 전에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봉사를 하면서 재소자들을 만나보면, 재소자 전원이 죄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란 생각보다는 '억울하다'는 감정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바로 저런 이유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내 친구의 울분을 십분 이해한다. 당해봐서... 다만, 그 친구가 법관 현역으로 있던 당시에는 어떤 생각이었을지가 궁금하지만 말이다. 자기 조직의 무한 증식을 위해 타 조직의 안위를 무시하는 것을 '암세포'라고 한다. 이 조직에 있어서 공생이란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들만의 안위와 증식만을 위한다. 공멸하기 전까지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것이 순위를 지키면서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는 조직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1위는 법피아로 불리는 법조 조직이다. 대표선수는 당연히 검찰조직이다.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가는 더 이상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위는 의협을 뽑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조직의 안위를 건들면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외견상만 신사로 보이는 조직이다. 3위는 아무도 모르게 포장을 해서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는 조직인 언론재벌이다. 너무도 교묘하게 아닌 것처럼 존재해서 아무도 순위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 외에 독자에 따라서는 몇몇 공기업 조직과 정당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게임의 관찰자들이다. 마지막으로 4위는 넣고 싶지 않은데, 굳이 순위에 진입을 노력하는 민노총이다. 요즘은 '민폐총'으로 불리어 진다고 한다. 지난날의 공적을 기억하는 바 제발 순위 탈락을 학수고대 하는데, 부디 탈락을 소망한다. 반면, 자기 조직의 안위와 증식만을 위하기 보다는 서로 공생하고 WIN-WIN 하는 관찰자라면 언제든 환영한다.

그러므로 건전한 시민단체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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