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칼럼] 김준철의 와인 이야기

우한폐렴 때문에 술 마시는 것이 걱정되신다는 분
집에서 와인을 드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데스크 승인 2020.02.09 15:34 의견 0

추운 계절이라 그렇잖아도 몸이 움츠려 들게 되는 데 난데없는 우한폐렴이 창궐하여 우울하시지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서 한잔하고 싶으나 식당에는 가도 괜찮은지, 술은 마셔도 괜찮은지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이렇게 답답하신 분들에게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한폐렴 때문에 술 마시는 것이 걱정되신다는 분이 계신다면 와인을 드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술은 다 같은 술인데 왜 하필 와인이냐? 하시겠으나 이유가 있습니다. 살균 작용을 이야기한다면 알코올 70~80%가 살균 작용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류는 거의 없습니다. 맥주는 4% 내외, 와인은 13% 내외, 소주는 요즈음 많이 낮아져서 17~20% 정도, 위스키와 꼬냑은 45% 내외입니다. 주류 속의 알코올도 살균 효과가 있기는 하나 별로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 주류는 우한폐렴에 좋다고 권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와인은 다릅니다. 와인은 알코올이 13% 전후이고 특히 산도가 낮고 PH가 낮습니다. 따라서 미생물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와인 속에는 무수아황산 즉 아황산가스가 아주 소량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와인 속의 아황산가스는 인체에는 해가 없는 정도의 소량이나 박테리아와 같이 아주 작은 미생물들에게는 치명적이고 박테리아보다 천배나 더 작은 입자인 바이러스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입니다.

와인을 양조할 때에 아주 소량의 무수아황산을 첨가하여 다른 미생물들은 활동하지 못하게 하고 효모만 활동하도록 양조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특이하게 효모는 무수아황산에 잘 견딥니다. 무수아황산은 미생물의 살균 효과뿐만 아니라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포도주 공장에서는 포도가 도착해서 압착, 발효, 숙성 공정까지의 전 양조공정에 걸쳐 무수아황산을 아주 소량으로 일정하게 유지해 줍니다. 최종적으로 와인을 병에 담기 직전에도 무수아황산의 함량을 확인하고 와인을 병에 담습니다. 병 속 와인에 들어있는 소량의 무수아황산은 보관 기간 중에 서서히 줄어듭니다. 이 무수아황산은 수백수천년 동안 인류가 유황을 태워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로 여러 가지 기구를 소독하는 데 사용해 왔고 특히 와인에서는 술통 등을 소독하는 데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무수아황산 형태로 와인에 첨가해 오고 있으며 양조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와인 속에는 효모 이외의 미생물이 살지 못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혹시 입안에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와인을 마시면 이것들이 죽게 될 것입니다. 

제가 마주앙 공장에서 근무할 때 경험한 일입니다. 와인의 병입 공정에서 병을 세척한 후에도 병속에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이 몇 마리 살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와인을 병에 담기 전에 병입실도 살균 작업을 한 후 천정이나 벽 등을 스웹 테스트를 해보면 미생물들이 몇 마리씩 검출됩니다. 이렇게 병입하기 전에는 여기저기에서 몇 마리씩 보이던 미생물들도 와인을 병에 담고 난후 병속 와인의 미생물을 테스트 해보면 100% 제로가 됩니다. 이것은 와인 속의 알코올과 산도 그리고 무수아황산 등으로 미생물이 사멸하였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와인 중에서 특히 어린 와인을 권해드립니다.

어린 와인 중에서도 큰 포도주 공장에서 품질 관리를 잘한 와인들이 무수아황산의 함량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칠레와 호주 등의 뉴월드와 스페인 등의 유럽에서 수입된 와인 중에서 빈티지가 어린 와인들일 것입니다. 또 수퍼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드시면 확실할 것입니다. 어린 와인 중에서 레드 와인도 좋으나 화이트 와인의 무수아황산 함량이 조금은 더 많습니다.

한 가지 드릴 말씀은 어린 와인을 마시더라도 와인은 치료제가 아니므로 우한폐렴이 완벽히 예방된다고는 말씀드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와인은 입을 통해서 식도로 내려갑니다. 이때 바이러스를 만나면 와인이 바이러스를 한방에 처리할 수 있으나 바이러스는 코로 들어와서 비강을 통과하여 호흡기관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와인이 바이러스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나중에 혹시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와인을 원망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여러 가지로 기분이 우울합니다.

와인을 드시면서 기분 전환도 하시고 우한폐렴이 진정되기를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소믈리에 김 준철 (마주앙 공장장 역임) <jcsommelier@naver.com>

김준철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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