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시론] 조직 멤브레인 효과

닥터 아놀드의 알고보면 쓸데있는 시대 담론 (2)
군사문화적 전통의 국가경영의식에 대하여

데스크 승인 2020.02.06 10:23 | 최종 수정 2020.02.06 11:54 의견 0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환자의 진료를 보건서가 중국에 다녀온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거절을 해서 결국은 확진을 받고 이미 전파가 이루어진 기사를 보고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멤브레인(membrane)이란 전문용어가 있다. 특정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혼합물을 분리할 수 있는 액체 혹은 고체의 막을 말하는 용어이다. 여기서는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이라는 뜻에 주목하여 전통적인 위계 조직(관료적 조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조직의 전략기획을 하면서 항공기 사고 사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항공사의 추락사고 블랙박스에 기록된 음성에서 기장이 조종을 하는데, 부기장이 잘못 된 상태를 감지했지만 기장에게 감히 조종 방법을 변경하도록 말을 하지 못한 것이다. 위계 질서가 확고한 조직 문화에서 수평적인 의사 전달이 불가한 관습이 결국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유명을 달리한 대형참사 사건으로 민간항공기 사고 연구사례로 남아있게 된다. 지금은 기장, 부기장 간의 수평의사 소통이 조종 매뉴얼로 된 계기가 되었다. 이런한 사례는 2002년 한국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을 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의 위계질서적 팀문화 관행을 바꾼 사례로, 구내식당에서 당시 대표팀 막내인 김남일 선수가 최고참 홍명보 선수에게 "명보아, 밥먹자~"로 4강까지 진출했던 유명한 일화가 뜬금없이 떠오르게 한다.

중앙부처에서 시행하는 규제샌드박스 정책을 컨설팅하면서 법규를 세밀하게 조사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무슨 법규가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라, 시행했을 때에 담당 공무원들에게 사후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법규가 제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정책은 정책일 뿐이고 일단 담당 공무원이 사후 감사에 지적이 안되는 방법으로 되어 있다보니, 법전공자가 봐도 법규체계는 맞는데 내용이 뭐가 뭔지 모르게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사례는 중소벤처기업부나 과기정통부 정책자금제도를 경험해 보면 적나라 하게 경험을 하게 된다. 대통령이나 주무부처 장관이 상당히 의욕적으로 중소기업 육성 정책과 독려를 하고 언론에 홍보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중소기업이 느끼는 것은 전혀 동떨어진 경험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정책은 윗 분 생각일 분이고 나(담당 공무원)은 사후 문제가 안일어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한 지원 회사의 제안서가 모든 조건을 충족했는데 사업자등록 일자가 하루 먼저 되서, 규정에 벗어나 안된다는 사례도 있었다. 하루가 부족해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 안하면 창업기업육성에 무슨 국가적 해악이 일어날까?

조직 멤브레인 효과라고 했지만 사실 관료 멤브레인 아니 '공무원 멤브레인 효과'라고 말하고 싶다. 보건소 직원도 사태에 대한 최전방 책임 의식이 먼저라면 규정에 없느니 있느니 안했을 것이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지침에 없으며 일단 '님 생각이고, 난 지침을 따를 뿐이고'가 다반사이다. 우환에 다녀왔든 아니든 현장 일선에서 의심 환자로 보고하면 규정이나 지침이 어떻든 일단 확인을 해서 문제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이지 우환에 안다녀 온 환자를 검사하는 것이 무슨 국가적 해악일까?

아직도 군사문화적 국가경영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놀드 박사 <choi.arnold64@gmail.com> 칼럼니스트

민간항공기 괌 국제공항 추락사고 현장 (1997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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