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Volunteer] 박승주 칼럼 자유와 평등,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자유지향하는 보수, 평등지향하는 진보
포퓰리즘은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속성
각자가 인문정신 함양하여 적극적 자유 확보해야

이호수 승인 2020.10.30 11:32 | 최종 수정 2020.10.30 11:41 의견 0

자유와 평등은 국가라는 수레의 두 바퀴이다. 자유를 지향하면 보수(conservative)라 하고, 평등을 지향하면 진보라고 한다.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세 가지 문제, 첫째, 나라가 떡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둘째, 키운 떡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셋째, 이 두 가지 문제를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보수와 진보는 서로 견해를 달리한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이 중요하고, 생산을 확대하려면 창의성을 살리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는 다 좋은데 불행히도 ‘불평등’이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등'을 이루자는 진보가 등장한다.

보수와 진보는 태생적으로 경쟁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평등을 이루려면 일정부분 자유를 유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는 ‘선택’을 중시하는 반면에 진보는 태생적으로 ‘명령’을 좋아한다. 그것이 평등을 이루는 데 제일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는 '명령'을 너무 싫어한다. 자유가 훼손되기 때문에 보수정권은 될 수 있는대로 명령을 삼간다. 대신 ‘선택’하도록 인센티브를 활용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자유라고 할 때는 다른 면이 있다. 미국의 유명한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사회심리학 책에서, 오랜 역사 동안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워 온 인간들이 근대사회에 와서 자유를 포기하고 도망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자유는 인간에게 독자성과 개인성을 살리는 합리성을 주지만, 고립과 무기력도 동시에 초래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거대한 정치•경제•사회라는 톱니바퀴의 한 톱니에 불과한 존재가 되면서, 질서에 짓눌려 살아가는 과정에서 불안에 빠지고, 인간소외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자유가 주는 부정적 측면이 한계를 넘는 경우, 자유로부터 도피하기 위하여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의존하고, 전체주의적 지도체제를 수용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개인적 자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외부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 즉 소극적 자유와 자아를 실현하게 해주는 자기결정권을 가진 자유(적극적 자유)의 두 가지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외부로부터의 자유에는 내적인 억압, 강제, 두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지냈다. 그 결과 자유의 문제란 오로지 외부로부터의 자유(소극적 자유)를 많이 얻어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러한 자유를 부정하는 힘들에 대항한 투쟁(자유를 지키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외부로부터의 자유(소극적 자유)의 신장에 비례하여 내면에서의 자유(적극적 자유)가 동시에 신장되어야 가능하다. 에리히 프롬은 이제까지 쟁취한 (소극적) 자유 모두가 최대한 지켜져야 하지만, (소극적) 자유가 가져오는 인간소외와 짓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내면적인 질적인 자유, 즉 자아를 실현하는 자기결정권이라는 (적극적) 자유도 동시에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중영합주의라고 일컬어지는 포퓰리즘(populism)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현실성을 따지지 않고 내놓는 선심성 정책’이다. 그러나 정책과 정치 행위는 그 속성상 어느 정도 대중을 의식하는 포퓰리즘 성격이 있기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얀 베르너 뮐러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무엇이 포퓰리즘인가》(What is Populism?)라는 책에서 포퓰리스트들은 기득권 엘리트들을 부패하고 부도덕한 집단이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도 않는다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깨끗하고 국민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국민’을 찾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

<박승주 이사장이 제182회 세종로국정포럼에서 특강연사인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전민일보에서 캡쳐)


그리고 집권당이 되어 권력을 잡았으면서도 자신들이 희생자인 것처럼, 또 학대받는 ‘정의로운 소수자’처럼 행세를 하면서, 자신들의 失政을 외부의 탓으로 돌린다. 뮐러 교수는 국가권력의 사유화, 지지세력에 대한 퍼주기정책, 반대세력 탄압 등을 포퓰리즘정권의 세가지 통치 기법이라고 설명한다. 자유와 평등,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가?

대한민국에서의 자유와 평등 문제는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정신의 문제이다. 사람들마다 내면에 인문정신과 인간성이라는 기초가 튼튼하게 되어있으면 국가•사회적으로 자유와 평등 간에 조정과 균형이 저절로 잡혀가는데, 그게 부족하니, 정파를 불문하고 어느 정파든 모두가 포퓰리즘으로 가게 된다. 4차산업혁명 디지털문명 시대가 심화될수록 인문정신의 내면화는 더욱더 필요하고 절실한 과제이다.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당면 현안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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