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칼럼] 김준철의 와인 이야기

데스크 승인 2020.02.22 12:48 의견 0

<AB InBev가 와인 사업에도 손을 대나?> (Harpers,co.uk., 2월 18일 기사)

세계 맥주 업계의 giant 인 AB InBev가 아르헨티나의 멘도자에 있는 Dante Robino Vineyard를 매입했다고 아르헨티나의 여러 뉴스가 보도했다. 이것은 AB InBev 회사가 처음으로 와이너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B InBev는 자회사인 Quilmes Beer를 통하여 Squossini Family 가 소유한 Dante Robino 를 매입했으며 매임 대금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수한 후에 Dante Robino 와이너리의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확장할 것이라고 Quilmes의 Martin Ticinese 회장이 말한 것으로 아르헨티나 신문들에 인용되었다.

"와인과 맥주는 서로 보완하는 카테고리이다. 맥주 장인에게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패션이다. 우리는 시장의 새로운 선수가 전체 와인 산업을 부양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Ticinese 는 말했다. "와인에서 우리의 목표는 2 년안에 Dante Robino의 규모를 2배 혹은 3배로 만들어서 적절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이하 생략)

지금까지 맥주와 같이 소품종 대량 제품을 취급하는 주류와 음료회사가 와인 업계에 뛰어들었다가 모두 실패하고 와인 산업에서 철수한 바 있습니다.

1970년대에 코카콜라 회사가 콜라를 파는 업소가 전부 와인을 취급하니 와인 산업에 진출하면 좋을 것으로 판단하고 와인 회사를 여럿 인수하여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와인 회사가 되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손을 들고 와인 업계를 떠났습니다.

1980년대 위스키의 유명한 씨그램회사가 양주를 판매하는 업소에 거의 모두 와인을 판매하므로 와인 산업에 진출하기로 하고 코카콜라 회사로부터 와인 사업을 인수하였습니다. 이 회사도 1980년대 후반에 와인 사업을 포기하고 와인 회사들을 매각하고 떠났습니다.

두 회사 모두 소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회사이고 시장에서 메이저로 유통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와인 산업에 진출했으나 와인은 다른 주류와 문화가 다르고 또 다품종 소량 판매되는 전혀 다른 분야이어서 생각대로 영업이 될 수가 없는 현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수업료를 많이 지불하고 손을 떼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오비맥주에서 와인 사업을 시작하고 마주앙 화이트와 마주앙 레드 단 2 품종으로 시장에 진출하여 영업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술을 잘 몰라도 그냥 마시면 되는 문화이므로 영업 사원이 좀 맥주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영업에는 별 문제 없었습니다.

그런데 업소에 와인을 판매하는데 영업 사원이 와인은 잘 모르니 판매하는데 애로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히 영업 사원은 와인 영업하기를 꺼리게 되고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하면 영업 사원들이 맥주는 열심히 영업하는 데 와인을 판매하던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점별로 판매 목표가 있는데 맥주의 판매 목표는 크고 그 당시의 와인 목표 금액은 미미하였으니 영업 사원들이 발등에 떨어진 맥주 판매 목표를 맞추려고 애를 쓰지 와인은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와인 수입이 자유화되어 수입 와인이 들어오니 수입 와인들의 다양성과 또 영업 전략에 대하여 맥주 회사의 영업 사원들이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습니다. 물론 오비맥주도 콜리코라는 와인 수입회사를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업소 시장의 유통을 잡고 있었으나, 이 유통 경로가 아닌 곳에서 와인들이 주로 팔렸고 또 와인 문화는 소비자들이 나라별, 지역별, 회사별로 수없이 많은 종류의 와인들을 선호하고 또 이런 와인들이 유통되다보니 국내의 대형 맥주, 위스키, 소주 회사들이 와인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국내 대형 주류회사들이 운영하던 수입 와인 회사들은 의도대로 영업이 잘 안되고 또 외형도 크지 않으므로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앞에서의 예를 보면 대형 주류 생산회사들이 와인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생각만큼 바람직하지 않았는데 과연 AB InBev는 와인 사업에서 성공을 할 것인가 궁금합니다. 지금은 주류 회사가 아니더라도 롯데와 신세계 등 소매 유통을 가진 회사들이 와인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또한 앞으로의 어떠한 결과가 될지가 궁금합니다.

그 이유로 첫째, 중소 와인 수입회사들의 희생으로 마트의 업장에서 와인이 판매되는 것이지 대형 와인 수입회사 제품만 팔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형 와인 수입회사가 더 성장하려면 더 다양한 제품들을 수입해야 하는 데에 이럴 경우 다양한 제품들로 인하여 상품의 재고가 많아져서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둘째, 앞으로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이 아니라도 다른 형태의 매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대형 와인 수입회사의 장점은 없어질 것으로 추측됩니다.

결국은 중소 와인수입 회사들이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해 나간다면 대형 와인수입 회사들도 결국은 견디기가 어려운 시대가 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고전하고 있는 중소 와인 수입회사들은 잘 견디면서 국가의 정책 결정과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믈리에 김준철 (마주앙 공장장 출신) <jcsommeli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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