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주 KIVA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우리 한국인에게는 '홍익인간'이라는 DNA가 있다. 보통은 단군왕검의 나라 다스리는 원칙 정도로 생각한다. 상당한 수준에 오른 저명인사들조차 홍익인간 정신을 "내용이 없는 수사(레토릭)"라거나 "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현학적인 주장"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 한민족이 수천 년간 살아오면서 지켜온 구체적인 삶의 철학이며,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弘益人間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이롭게 해 준다는,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삶의 방법이다. 내가 아내를, 자식을, 동료를, 선생님을, 내가 속한 회사와 단체를, 나아가 지역사회와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와 우주를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아름다운 마음‘ 철학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나만 일방적으로 상대를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 역시 나를 이롭게 한다는 것이 홍익인간 정신이다. 한국인은 누구나 홍익인간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도 나를, 자식도 나를, 심지어 회사와 지역사회, 나아가 지구와 우주까지도 나를 이롭게 한다.

이렇게 나와 상대방이 서로서로를 이롭게 하며 ’하나‘가 되는 관계를 만든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더 큰 공동체를 만든다. 우리 자식, 우리 학교, 우리나라, 우리 지구처럼.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공존하는 이 상태를 우리 한민족은 지향하고 있다. 평화와 번영을 실천하는 사랑의 정신이다. 정말 위대한 국민정신이지 않은가!

영국의 역사철학자 토인비나 '25시'의 저자 게오르규 등 세계적 지성인들이 앞으로 지구를 구원할 삶의 철학으로 한국의 홍익인간 정신을 꼽았다. UN은 21세기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1년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world year of the volunteers)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사람들을 위하는 봉사정신이 21세기에 만연할 갈등과 투쟁의 지구촌을 평화와 번영의 지구촌으로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홍익인간 정신은 봉사 정신이다. 사람을 선량하고 성실하게 만드는 근본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한국의 정신과 의식에 깊숙이 내재되어 왔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폭력에서 비교적 안전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함께 돕고, 情을 주고받는 호혜문화가 일상화된 멋진 나라다.

목숨을 걸고 의병과 독립군 활동에 참여하고, 황금을 모아 나라빚을 갚으며, G7 반열에 올라선 국민적 저력도 홍익인간 정신의 발동이며, 해외에 수많은 선교사를 파견하고, 세계 주요 도시에 불교 사원을 세우는 것도 세계인을 사랑하는 홍익인간 정신의 발현이다.

홍익인간 정신은 고조선 시대만의 국정철학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국정철학이요 교육철학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되는 헌법은 홍익인간 정신을 국가운영의 기본철학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事人如天은 사람은 다 존귀하기에 서로가 서로를 하늘 모시듯이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의 절대적 표현이다.

홍익인간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을호 교수는 '둘이면서 하나인 二而一의 관계’라고 하였다. 1+1=2인데,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1+1=1, 1+a=1이 된다는 것이다. 이을호 박사는 홍익인간 정신은, ‘二而一적으로 하나 되는 현묘함'이라면서, 한국인에게는 사랑과 인간애가 풍부하기에 (중국이나 일본 같은) 상하관계나 분별관계보다는 좋게 지내는 和親과 평등의 관계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급성장과 선진국이 된 비결을 찾고 있다. 필자의 생각은 바로 홍익인간 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홍익인간 정신은 곧 사람을 위하는 사랑의 정신이다. 한국인에게 사랑의 감정이 많으니 지혜의 수준이 높고, 그 지혜는 곧 창조와 연결되며, 일을 추진하는 힘도 생긴다.

따라서 1인당 국민소득 80불의 한국이 불과 70년 만에 선진국에 진입한 비결은 바로 한국인의 인간애와 사랑, 홍익인간 정신이기에, 개발도상국들도 봉사활동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사랑 실천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지금 전직 고위공직자들과 뜻있는 기업인들이 KIVA라는 국제적 자원봉사단체를 만들고 있다. 한국을 公的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情을 나눠주는 환대공동체(Hospitality Community)를 만들어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환대 봉사를 받고 돌아간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또 봉사활동을 하는 선순환 관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KIVA가 지구촌에 번영과 평화를 가져오는 마중물 역할도 할 것 같다. Volunteer 활동이 지구촌을 구원한다는 UN의 기대가 실현되는 그 날을 기대한다.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전 여가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