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연재칼럼] 풍수지리학의 기본 원리 - 혈(穴) (06)

데스크 승인 2024.03.29 17:52 의견 0

혈(穴)

세상만물(世上萬物)에는 이름 없는 물상(物像)이 없고 근본(根本)없는 물체(物體)가 없다. 인간(人間)의 근본은 조상(祖上)에 있으며, 명당(明堂)의 근본은 주산(主山)에 있다. 천체(天體)의 근본은 북극성(北極星)에 있으며, 지체(地體)의 근본은 북극축(北極軸)에 있고, 초목(草木)의 근본은 뿌리에 있다.

만물(萬物) 중에 내 몸이 가장 귀한 것이요, 산의 혈판(穴板)이 제일이다. 내 몸이 있어야 조상을 받들고 부모를 섬기며 자손도 낳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혈(穴)이 생긴 다음에야 주산(主山)의 위세(威勢)도 중대하고, 내룡(來龍)과 청룡백호(靑龍白虎)도 귀중하고, 주위 사격(砂格)도 소중한 것이다.
혈이 없으면 주산도 필요없고, 내룡과 청룡백호도 소용없고, 주위의 길사(吉砂)도 가치가 없다. 그러므로 혈판(穴板)이 되어 있는 연후에야 주산 영기(靈氣)도 살펴볼 필요가 있고, 내룡 산세(山勢)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청룡백호와 원근사격(遠近砂格)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생명체마다 생식기가 있듯이, 거대한 산에도 생식기가 있는데, 이것이 생기(生起)를 만들어 내는 공간인 혈(穴)이다. 풍수의 목적은 지세(地勢)를 분석하여 혈(穴)과 명당(明堂)을 찾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의 풍수가였던 양균송은 “용(龍)의 분석은 쉬우나 점혈(占穴)은 어려우니, 조금만 틀려도 만중산(萬重山)이 막힌 것과 같다”라고 말했던 바 있다.

혈은 자연의 양기(陰氣)와 음기(陽氣)가 결합해서 발생한다. 풍수에서 말하는 혈은 땅의 음전하와 하늘의 양전하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음과 양이 결합하는 과정을 풍수에서는 ‘음(陰)이 오면 양(陽)이 받고, 양(陽)이 오면 음(陰)이 받는다(陰來陽受 陽來陰受).’라고 표현한다.

양전하와 음전하의 결합으로 혈(穴)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첫째, 음전하가 모이는 용과 산이 있어야 하고, 양전하를 만드는 수분(水分)이 공기 중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현무(玄武)・주작(朱雀)・청룡(靑龍)・백호(白虎)의 바람막이가 있어야 한다. 바람을 막아 주는 사신사(四神砂) 내부에서 지표면의 음기운(陰氣運)과 공기 중의 양기운(陽氣運)이 결합하여 장기적으로 밝은 기운(氣運)이 발생한다.

둘째, 주산의 기운은 태조(太祖)・중조(中祖)・소조(小祖)・입수(入首)・혈판(穴板)의 5단계를 거쳐 혈에 전달된다. 용은 이 각 단계 사이에서 앞 뒤 기운을 이어줘야 한다.

용(龍)의 5단계 변화(變化) 과정

용(龍)의 5 단계 중 태조(太祖)는 주산(主山)을 연결한 높은 산봉우리가 있는 주봉(主峰)이며, 중조(中祖)는 태조로부터 내려온 작은 봉우리를 말하고, 소조(小祖)는 중조로부터 기운이 내려와 다시 뭉친 작은 봉우리를 말한다.
또 입수(入首)는 용(龍)을 통해 소조로부터 내려온 기운이 강하고 단단하게 뭉쳐 놓은 혈을 이루기 위한 지점을 말하며, 혈판(穴板)은 혈(穴)을 만들기 위해 입수에 들어온 기운이 만든 공간을 말한다.

이처럼 혈은 경사진 면이나 용의 끝 부분인 평탄한 지면 위에 형성된다. 혈은 혈판 중심부 위쪽에 자리 잡고, 평탄한 혈판 주변 공간은 모두 명당(明堂)이 된다.

주봉의 기운은 용을 통해 혈로 기운이 전달된다. 산 정상은 땅 기운이 모여 있는데, 아름답게 생긴 정상이 기운도 좋고 생기가 있다. 명당도 이러한 곳에 구성된다. 반면 산 정상이 불안하거나 험하면 땅의 기운도 좋지 않아서 명당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주봉인 산 정상의 기운이 혈에 전달되는 형태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물체에는 기상(氣相)이 있는데, 이것은 흉기(凶氣)와 길기(吉氣)로 나누어진다. 길기에는 생기(生氣)・서기(瑞氣)・영기(靈氣)・온기(溫氣)・덕기(德氣)・담기(淡氣) 등이 있고, 흉기에는 살기(殺氣)・악기(惡氣)・쇠기(衰氣)・탁기(濁氣)・냉기(冷氣)・설기(洩氣) 등이 있다.

가. 혈(穴)의 구조와 형태

용(龍)이 암석이듯 혈(穴)도 암석으로 당판(堂板)의 중상 부위에 자리 잡는다.
혈은 좌우 양쪽의 선익(蟬翼)과 입수(入首)와 전순(前脣)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용・입수・선익・전순의 기운(氣運)에 의해 만들어진다.
혈판(穴板)은 아래로는 전순, 위로는 입수, 오른쪽과 왼쪽으로는 선익이 중심의 혈(穴)을 둘러싸고 있는 하나의 덩어리를 말한다.

(1) 혈판(穴板) : 혈(穴)은 용맥(龍脈) 중에서 생기(生氣)가 뭉치고 멈춘 가장 핵심적인 곳이며, 침구학에서 인체에 침(鍼)을 놓는 혈(穴)과 동일한 관념이다. 혈의 바탕을 당판(堂板)이라고 하며, 그 가운데 혈이 이루어진다.

혈판 상부의 주룡에 입수가 연결되어 있으며, 입수 아래로 혈(穴)이 있고 혈의 좌우에 선익이 위치하고 있다. 혈과 선익 아래에 전순이 있어서 혈판과 혈을 만들어 준다. 혈판은 혈을 만드는 바탕이다. 혈판이 크면 혈의 기운도 크고, 혈판이 약하면 혈의 힘도 약하다.

(2) 입수(入首) : 혈(穴) 속으로 내룡(來龍)이 들어가려는 곳, 즉 용(龍) 머리가 들어갈 곳을 입수(入首)라 한다.
용을 통해 산봉우리에서 내려온 지기(地氣)는 꽃의 꼭지와 같은 입수를 혈판의 상부에 만든다. 입수는 용(龍) 기운을 끌어당겨 선익과 혈, 전순을 만드는데, 혈의 상부와 용의 하단에 위치한다. 형태는 용보다 약간 높이 솟아 있으며, 좌우가 비슷하여 안정을 이룬다. 입수에 뭉쳐진 기운은 선익과 혈을 만든다. 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입수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혈의 유무를 파악하는 데 입수의 유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입수는 내룡 기운 외에 물이나 산 등의 주변 지세와 결합하여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가운데 용 기운이 입수 기운을 가장 크게 좌우한다. 입수 기운이 크면 혈 기운도 크고, 입수 기운이 약하면 혈 기운도 약하다.

(3) 선익(蟬翼) : 선익(蟬翼)은 혈판(穴板)의 혈(穴) 좌우에 꽃의 꽃받침과 같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선익은 입수의 일부 기운(氣運)이 좌우로 나누어진 것으로, 혈에 지기(地氣)가 모이도록 돕는다. 이것은 사람 몸의 좌우 갈비뼈가 내장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것과 같다.
선익은 매미의 날개를 뜻하는 말로, 평탄하면서도 두둑하게 용(龍) 좌우에 둘러쳐져 있으면서 지반을 단단한 토질로 이룬다.

(4) 전순(前脣) : 선익(蟬翼)과 혈(穴)을 만들고 남은 입수(入首)의 기운이 혈(穴) 아래에 평탄하게 모여 이루어진 꽃의 꽃술과 같은 공간을 말한다.
전순은 혈판과 이어지는 지면으로, 혈 앞에서 새 주둥이와 같은 삼각혈(三角穴)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다. 전순이 없거나 전순의 기운이 약한 곳에서는 명당을 이루기 어렵다. 혈 앞에서 기운이 끝나는 전순이 이상적인 형태다.
전순의 기운은 재물이기 때문에 전순이 좋은 지세에서는 재벌이 배출된다.

혈상도

나. 혈(穴)의 종류

혈(穴)은 형태(形態)에 따라 와혈(窩穴)・겸혈(鉗穴)・유혈(乳穴)・돌혈(突穴)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네 가지로 분류한 혈의 형태는 마치 태극(太極)이 양의(兩義) 또는 사상(四象)으로 변화된 것과 같다.

다. 혈토(穴土)

선익과 입수와 전순으로 둘러싸인 혈(穴)은 암석으로 된 특수한 토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토질은 보기에는 바위 같으나 실제로는 흙과 바위의 중간성분인 비석비토(非石非土)다. 혈토 덩어리는 곡괭이나 삽 같은 가벼운 기구로 손쉽게 팔 수 있으며, 결을 촘촘히 갖고 있는 바위와 같다. 색은 밝은 색채(色彩)를 띤 금빛으로, 시루떡처럼 색이 층마다 다르기도 하다.

혈토는 구성이 치밀하여 물・벌레・바람・나무뿌리가 침투하지 못하며, 신비(神秘)한 기운을 모은다. 따라서 혈토에 묘를 쓰면 나쁜 기운의 근접을 막고 생기(生氣)로부터 보호를 받음으로써 시신을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다.

혈에서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순환(循環)하고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빛과 열이 발산된다. 그래서 혈은 따뜻하고 밝은 명당(明堂)을 이룬다.

라. 혈(穴) 주변의 지세분석

혈(穴)은 주위의 물이나 산 등 자연의 기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혈 주위에 산이 좋으면 좋은 산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좋지 않으면 그것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좋은 산은 산의 앞면을 말하며, 뒷면을 보이는 산은 어느 경우든 좋지 않다.”

물은 혈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인데, 능선(稜線) 오른쪽이나 왼쪽에 있기 마련이다. 물은 혈을 만들어 주는 혈판(穴板)의 앞쪽에 있는 물을 말한다.

혈판이 우선(右旋)이면 왼쪽 물이 혈판을 만들고 이 왼쪽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 시작되는 왼쪽 물의 위치가 득수(得水)며, 왼쪽 물이 흘러나가 주작(朱雀) 끝을 감돌아 보이지 않는 지점이 파구(破口)다. 즉, 우선(右旋)하는 혈판인 경우에는 왼쪽에 득수(得水), 오른쪽에 파구(波口)가 위치한다. 그래서 물이 흐르는 방향이 용의 진행 방향과 서로 마주치게 된다.

좌선(左旋)의 혈판은 오른쪽에 득수(得水)를 이룬다. 좌선(左旋) 용(龍)의 오른쪽 위 부분이 득수 지점이며 왼쪽이 파구(破口)다. 이러한 지세에서 물의 진행 방향과 용의 진행 방향이 서로 마주치게 되어 혈을 이루게 된다.

산의 형태가 좋은 산을 길사(吉砂)라고 하는데, 산의 중심에 기운이 모여 있는 형태를 말한다. 산의 표면은 전체적으로 평탄하고 깨끗한 산이 좋은 산이고, 계곡(溪谷)이 많이 있는 산은 좋지 못하다.

'명산론(明山論)'에는 “(穴이 있는 곳에서) 산(山)은 다른 산들에 의해 지나치게 가깝게 와서 부딪쳐서는 안 되며, (穴이 있는 곳에서) 물은 빨리 흘러가서는 안 된다.
혈(穴)은 안정되어야 하고 위태해서는 안 된다. 반듯해야 하고, 기울어서는 안 된다. (가죽 주머니에 공기가) 가득 찬 듯해야지, 빈 듯해서는 안 된다. 온전해야지 허결처(虛缺處)가 있어서는 안 된다.

평평한 땅이 넓은 들판을 이루고 있는 곳과 여러 물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지극히 좋은 곳인데, 이곳 역시 명백해 보이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청룡백호(靑龍白虎)가 관통(貫通: 穿)해서 달리고 있어야 하며, 혈 주위를 응(應)하고 대(對)하는 산들이 서 있어야 한다. 혈처(穴處) 뒤에서 나뉘었다가[分] 혈처 앞에서 다시 합(合)해지는 삼합수(三合水)가 꺾어져 흘러야 한다. 그리고 물줄기가 감싸고 있어야 하고, 낮은 언덕일망정 뾰족하게 솟은 산들이 혈장(穴場) 뒤에서 비춰주고 있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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