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연재칼럼] 풍수 철학의 원리- 기(氣) (02)

풍수지리의 본질은 생기(生氣)와 감응(感應)이다.

데스크 승인 2024.03.22 13:56 | 최종 수정 2024.03.29 17:17 의견 0

생기(生氣)

풍수지리의 본질은 생기(生氣)와 감응(感應)이다.

이 점을 잘 이해하려면, 먼저 기(氣)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기는 만물의 근원이며, 과학적인 용어로는 “에너지의 흐름” 또는 “우주(宇宙) 에너지”라고 한다. 기는 세상 모든 만물을 구성하는 바탕이며, 모든 현상을 일으키는 기초다.

기가 작용하여 만물을 구성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기로 만들어지며, 기로 삶을 영위하다가, 기가 다할 때 죽음을 맞는다. 기는 “현상계(現象界)에 있는 모든 존재와 기능의 근원”이며, 살아있는 현상의 에너지 활동이다.
생명체(生命體)는 기가 취합(聚合)된 것으로, 자연에 분산된 기가 모이면 생명체를 이루고, 생명체가 죽으면 다시 기로 분산(分散)된다. 기 자체는 보이지 않지만 응집하면 고정되고 모양을 이룬다. 즉, 오관(五官)으로 감지되는 물체로 화(化)한다. 그러나 기가 확산되거나 분산되면 모양 즉 물체가 없어져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기는 전자파, 전파, 무선에너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다.

기는 천지만물의 존재이며, 운동의 근원 법칙이고, 어떤 것을 있게 하는 원천이다. 기는 자연현상을 총칭하는 말로, 바람・구름・천둥・번개・비・눈・우박・안개・무지개 등은 기의 변화에 기인한다. 기는 몸의 활동력의 바탕으로 음양의 정(精)이며 살아있는 것에 가득 차 있다.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적인 힘이며 소리・냄새・빛 등 감각의 근본적인 존재력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기를 ‘Vital Energy’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사람도 음양오행의 생기로 태어나 늙고 죽어가기 때문에, 생기를 받고 살아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사람의 육체는 음기와 양기로 구성된다. 모든 생명체는 잉태될 때 하늘의 기, 즉 천기(天氣)를 받게 된다. 그 중 해와 달, 그리고 화・수・목・금・토 등 오행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즉, 하늘의 기운에 의해 잉태된 사람은 땅과 조상의 기운으로 살아간다. 땅의 기운에 대한 분석이 체계적인 사상과 이론으로 발전한 것이 풍수다.

풍수에서 명당(明堂)은 생기가 멈추고 모인 땅을 말하며, 산과 물, 음과 양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곳이다.
풍수의 목적은 땅의 좋은 생기를 받는 데 있다. 풍수이론에서 산(山)・수(水)・방위(方位)를 분석하는 것은 그것이 기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퇴계 이황은 기를 우주 생성의 근원이요, 태극에서 생겨난 ‘일원지기(一元之氣)’라 했다. 천지와 삼라만상은 모두 이 기에 의해 생기고 자라며 죽음에 이른다. 죽음은 기가 분해되는 것일 뿐이다.

장자(莊子)는 “사람은 기가 모여서 태어나고, 기가 흩어지면 죽게 된다(人之生 氣之聚也 聚則爲生 散則爲死)”고 하였다. 이렇듯 기는 모든 현상의 근원이자 에너지(energy)라 할 수 있다.

村山智順에 따르면 삼라만상은 음양의 양기(兩氣)와 5기(五氣: 금・토・수・화・목)가 활동하여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기를 생기(生氣)라 한다.
또 모든 만물은 이 생기에 의해 정교함과 성쇠를 달리한다. 인생만물의 운명을 이러한 생기가 지배하는데, 이것을 풍수의 본질인 생기론(生氣論)이라고 하였다.

서양의 풍수학자 Sarah Rossbach에 따르면 기는 우주의 호흡, 생체 에너지다.
기란 생동하는 힘, 에너지로서 물과 산을 만들고 초목과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며 일생 동안 동행하는 것이다.
기란 동식물에 활력을 넣어주는 힘이며, 지구의 변화를 주도하는 생명력의 정수로서 모든 사물을 활성화한다. 기가 없이는 나무가 번성하지 못하고, 강물은 흐르지 못하며, 사람이 살지 못한다. 모든 사물이 기를 호흡하면서, 또 기를 뿜으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풍수(風水)는 행운을 관장하는 힘으로 신비한 지기(地氣)의 작용이라고 한다. 풍수의 궁극적 목적은 마치 침구사가 환자로부터 기를 조절하듯이 대지의 기를 호흡하는 것이다.

서양의 풍수학자 Lam Kam Chuen에 따르면 기는 장소와 사람이 서로 작용하는 에너지의 소통이며, 어느 장소에나 있다. 기는 충만하면서도 동시에 비어있는 본래적 에너지이며 만물의 기원이다.

서양의 풍수학자 Lillian Too에 따르면 사람은 거주 공간에 가득 차 있는 기의 영향을 받는다. 기는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자연 환경, 즉 산이나 강으로부터 발산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우리 인식의 리듬과 조화하여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영향을 미친다.

기의 에너지 선(線)은 전자파의 스펙트럼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선(線)과 비교될 수 있으며, 대기에서 ‘지전류’라고 기술된다. 컴퓨터는 메시지, 데이터, 심지어 그림 파일도 전파를 이용한 무선 통신을 통해 전세계로 보낼 수 있다.

풍수에서 기는 건강 또는 병, 행운 또는 불행을 초래하는, 과학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동적인 힘으로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양철학에서는 우주의 본원을 '기'라고 본다.
기는 없는 곳이 없고[無所不在],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不生不滅], 시작도 끝도 없고[無始無終], 형질이 변하지 않는다[不變形質].

이것은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주장한 에너지 불변(不變)의 법칙과 일치한다. 이는 또한 “사람이 죽으면 기가 흩어져 우주공간으로 돌아가 다른 형태(形態)의 기(energy)로 변한다.
따라서 우주공간에 있는 에너지의 총량, 즉 우주공간에 있는 기의 절대량은 일정하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우주의 조화력(調和力)을 가진 생기(生氣)는 인간과 만물의 운명을 지배한다. 우주의 피조물을 창조한 원초적인 힘을 학자들은 ‘우주적 초(超)에너지’, ‘우주 에너지’ 또는 ‘우주의식(宇宙意識)’이라고 말한다.

이 우주 에너지는 한 번은 움직이고 한 번은 조용해진다는 것으로, 동양에서는 움직이는 동(動)을 양(陽)으로, 조용해지는 정(靜)을 음(陰)으로 보아 음양설을 정립하였다.

동양에서 기(氣)라고 하는 이 우주 에너지를 인도에서는 프라나(prana)라고 한다. 프라나는 인간의 체내에 있는 차크라(cakra)를 통해 받아서 척추(脊椎)나 신경계, 혈관계를 통해 신체의 각 조직에 공급된다. 이 미세한 조직을 나디(nady)라고 한다.
동양의학의 '황제내경(皇帝內徑)'에서는 경락(經絡)의 지점과도 같은 경혈(經穴)의 섬세한 통로를 통하여 전체 세포에 이 우주 에너지를 공급한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천지의 정기는 만물의 형체로 되고, 아버지의 정기는 혼(魂)이 되며, 어머니의 정기는 백(魄)이 된다고 한다.

우주의 정기는 인간을 태어나게 하고, 인간이 생명활동을 영위하게 한다. 우주의 정기(energy)가 육체를 떠나면, 그 인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불귀의 객[死亡]이 된다.
망인(亡人)이 자기 후손에게 음(陰)과 양(陽)의 이기(二氣 : 마그네틱 파워)라는 우주의 정기를 오랫동안 조화롭게 전달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망인의 유골이 어디에 안치되느냐에 달려 있다.

망인의 유골이 바람과 물의 흐름, 산(土)의 지형, 지세와 방위에 따라 자연 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혈(穴)에 안치되면, 그 유골은 물(水)과 바람(風)으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고, 대자연의 생명력을 얻어 황골이 된다.
이 황골은 자손에게 좋은 에너지(氣)를 전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망인의 유골이 혈이 아닌 흙에 묻히면 수렴, 화렴, 목렴, 풍렴, 충렴, 모렴 등으로 인해 부식되어 없어지고 자손에게는 나쁜 에너지[氣]를 전달한다.

침구학에서 침과 뜸의 효과가 사람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경락(經絡)의 지점인 경혈(經穴)인 것에 착안하여, 우주 에너지가 사람에게 전달되는 통로인 묘혈이나 집터는 침을 놓는 혈(穴)에 비유된다.

이러한 혈이 있는 곳이 바로 명당이다.

감응(感應)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은 풍수의 핵심 이론이다. 같은 '기'끼리 감응한다는 뜻이다. 후손의 기와 조상의 기가 감응한다는 이론은 음택풍수에 적용되고, 나의 기와 주변의 기가 감응한다는 이론은 양택풍수에 적용된다.

동기감응(同氣感應)은 기의 정의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 과학자의 입장과 풍수학자의 입장이 서로 다르지 않으므로, 기의 설명 논리는 동기감응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존재를 위한 에너지(氣)를 가지고 있으며, 이 에너지는 고유의 파장을 가지고 같은 파장과 반응하려는 특징이 있다.
비록 유골이라 할지라도 존재하는 한 존재를 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파장을 일으켜 반응하려는 작용을 한다. 그 상대는 자신과 유전인자가 똑같은 자손이다.

방송국에서 송신(送信)된 라디오나 TV전파가 주파수를 동일하게 맞춘 쪽에만 수신(受信)되는 것처럼, 조상의 유골이 보낸 파장도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진 자손에게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유골이 좋은 환경에 있으면 좋은 기를 발산(發散)하여 자손이 좋은 기를 받고, 나쁜 환경에 있으면 나쁜 기를 발산하여 자손이 나쁜 기를 받는다는 것이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이다.
그러나 화장을 한 유골은 존재를 위한 에너지가 이미 파괴되어 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파장[氣]을 갖지 않는다.

땅속의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추는 장풍(藏風)이 되어야 한다.
“장풍이란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감추는 것이다.”
혈(穴)의 좌우에 있는 청룡(靑龍), 백호(白虎)와 주위에 있는 산들이 보국(保局)이 잘 되어 혈을 보호하면 그 안에 있는 기는 장풍이 되어 흩어지지 않는다.
또한 생기는 물과 경계를 이루면 물이 기를 막아 주어 나가지 못하고 머물게 되면서 혈을 맺게 된다.

수(水)와 기(氣)는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용(龍)이 사룡(死龍)이 아닌 생룡(生龍)이 되면 여기에 혈이 맺힌다고 본다. <계속>

저작권자 ⓒ 한국시민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출처 표기 시